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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달마산 도솔암 천년 역사의 길을 걷다!!~~(경향신문)

청이당 2011. 1. 5. 22:55

해남 미황사 ~ 달마산 도솔암 천년역사길을 걷다

해남 | 글·사진 최병준 기자 bj@kyunghyang.com
ㆍ땅끝과 하늘끝이 만나는 길

봄 맞으러 해남 갔다가 거기서 보석 같은 길 하나를 찾아냈다. 미황사에서 시작해서 달마산 뾰족 바위봉우리에 앉아있는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걷기 열풍에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여기저기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소개되긴 했지만 미황사 길은 또 다르다. 구름처럼 떠도는 부초 같은 인생들, 수많은 운수납자들이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니 ‘구도의 길’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미황사도 아름답고 도솔암 풍광도 일품이다.

도솔암

 

미황사는 눈 밝은 사람에겐 볼거리가 많은 절이다. 대웅전 돌받침에는 돋을 새김으로 조각해놓은 게와 거북이상이 있다. 고해(苦海)를 헤치고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란 의미로 법당 주춧돌에 용을 새겨놓은 절이 있긴 하다. 하나 게는 의외다. 주지 금강 스님은 “전국 사찰 중 유일하다”고 했다. 이유는 창건설화 때문이란다. 인도에서 경전과 부처상을 실은 배 한 척이 달마산 포구 아래 닿았다. 배를 들여다보니 화엄경 80권과 법화경 7권 등이 실려있었단다. 그래서 미황사를 짓게 됐다. 이유야 어쨌든 위엄과 권위의 상징인 용보다 게와 거북이 더 정감있다. 권위로 무릎을 꿇리는 것보다 미소로 감화시키는 것이 낫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길은 미황사 부도밭 옆에서 시작했다. 길떠나기 전 반드시 봐야 할 곳은 부도밭이다. 절은 탑에서 시작됐다. 탑이란 산스크리트어인 ‘타파’에서 나왔고, 부처의 무덤을 뜻한다. 승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 역시 작은 탑이고, 작은 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뜻이 있다면 부도밭에서 길이 시작된다는 것은 자못 의미가 있다. 부도밭은 죽음의 공간이고, 거기를 넘어서면 극락을 뜻하는 도솔암 가는 길이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 미황사 부도밭

미황사 부도는 조형예술품이다. 십수년 전 처음 미황사를 찾았을 때는 절보다 부도에 새겨진 문양에 반했다. 부도 문양은 하나 하나가 그림 같아서 과거에 탁본을 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부도벽에 문짝을 그려놓은 것도 있고, 연꽃을 새겨놓은 것도 있다. 문짝이 그려진 부도는 이른바 문비형이라고 해서 하나의 ‘길’을 연 고승의 부도탑에서 발견된다. 이 부도의 주인은 설봉당으로 서산대사의 4대 법손이다. 도깨비상(사천왕상)도 있으며, 게와 거북이 조각도 보인다. 초의 선사의 그림 스승인 나암 시연 선사의 비에는 이슬람의 아라비아문자 같기도 한 용의 모습이 새겨져있다.

부도밭 옆 사적비 얘기 하나 더 하자. 사적비가 웬일인지 반쯤 땅속에 박혀있다. 사적기를 쓴 이는 숙종때 대제학을 지내고 후에 우의정까지 오른 민암 선생. 글을 받아 비를 세우려던 차에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았다. 미황사로선 죽임까지 당한 중죄인 민암의 이름을 숨길 필요가 있었던 거다. 해서 이름이 안보이도록 비를 땅에 반쯤 묻었다.

이제 길을 떠나자. 산책로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가는 길이 땅끝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어부와 아낙들이 불공을 드리러 오던 이 길은 40~50여년 전 도로가 뚫리면서 잊혀졌다가 얼마전 다시 정비했다. 길은 편백나무 숲도 지나고, 돌작밭인 너덜을 지나 이어진다. 대체로 완만하다. 볼거리는 많지 않다. 대신 호젓하다. 눈을 둘 데가 많다고 해서 좋은 길은 아닐 것이다. 구도의 길, 민초들의 길은 경관이나 풍경과는 별 상관없다. 눈보다 마음이다. 법정 스님이 언젠가 ‘나그네는 길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낀다’고 썼듯이 부처에게 가는 길은 오롯이 자신을 돌아보며 걷는 길이었을 것이다. 금강 스님은 지난해 여름 한문학당 아이들과 이 길을 걸으면서 ‘천년역사의 길’이라고 명명했다. 금강 스님은 “해남이 국토순례의 1번지이니 만큼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 이름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했다. 땅끝까지는 5시간30분 정도 걸린단다.

1시간을 조금 더 걸으면 왼쪽으로 도솔암 갈림길이 나온다. 완만한 땅끝 가는 길 대신 도솔암 길을 택했다. 길이 제법 가파르다. 멀리서 보면 달마산의 기개는 웬만한 명산 못지않다. 바위 봉우리의 기개가 빛을 퉁기는 칼 같다. 산 아래는 유순한데 산 위의 모습이 딴판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에 도솔암이 보였다. 어찌 저렇게 높은 벼랑 틈에다 암자를 세웠나 싶다. 땅끝에서 솟아오른 사다리 같은 봉우리에 앉은, 그러니까 하늘 귀퉁이에 붙은 다락방 같은 암자다. 도솔암에서는 해남 아래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은 땅끝이고, 오른쪽으로는 진도, 왼쪽은 완도다. 암주 법조 스님은 “적어도 암자는 호젓해야 한다”고 했다. “큰 절이야 대중을 위해 편해야 할지 모르지만 수행처인 암자는 조금 숨어 있어야 합니다.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불상을 세우고 자랑도 많이했는데 그런 절보다 오히려 호젓한 암자를 찾을 때 가슴에 남는 게 많잖아요. 암자는 조금 불편해야 합니다.”

1987년 통도사에서 출가한 법조 스님은 어찌하다보니 2002년 고향(해남 북평면) 인근인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도솔암은 정유재란때 불탄 것을 30년 전에 복원했다. 법조 스님은 “터에도 흥망성쇠가 있다”며 “비록 왜구들이 절을 태웠지만 수백년 동안 터로만 남아있다가 다시 암자가 들어선 것은 때가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판잣집 같은 요사채에서 법조 스님과 차 한 잔 나누고 나왔을 때 진도 쪽으로 해가 떨어졌다. 노란 바다는 잘 닦아놓은 놋거울 같았다. 눈이 부셨고, 가슴도 덩달아 환해졌다.

이튿날 다시 한 번 미황사에서 도솔암길을 탔다. 이번엔 등산로, 즉 달마능선을 타고 가봤다. 여긴 마음 여미고 말 것이 없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길이다. 완도바다와 진도바다를 가르며 뻗어있는 공룡의 등뼈처럼 생긴 바윗길은 험해도 경관이 탁월했다. 혹, 숲길로만 만족할 수 없는 ‘욕심 많은’ 중생이라면 능선길이 좋다.

여행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에서 영암 방조제를 빠져나와 가는 방법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광주 톨게이트를 지나 나주방면 13번국도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둘다 시간은 비슷하다.

*대중교통은 센트럴시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광주~해남 직행버스와 직통버스가 있는데 직통버스를 타는 게 좋다. 직행버스는 정류장마다 선다. 2시간30분 걸리고, 직통버스는 1시간30분 걸린다. 해남에서 완도방면 버스를 타고 월송에서 내려 택시를 탄다. 5000원.

*미황사에선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사찰예절, 참선, 차마시기, 산책, 산행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1인실은 8만원, 일반실은 5만원. 청소년은 4만원, 초등학생 2만원. 미황사www.mihwangsa.com (061)533-3521

*도솔암 가는 길은 산책로로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 등산로로는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는 로프를 타고 넘는 코스도 있어 가족단위로 가기엔 힘들다. 달마산 정상은 등반 금지.

*미황사 주변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해남읍내의 용궁해물탕이 유명하다. 2인용 3만원, 3인용 4만원. (061)536-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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