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자료,교통정보/산행자료, 정보, 지식 등

'숨은 나'를 찾으러 숨은 암자로 떠나 보세요!!~~(한국일보)

청이당 2011. 1. 6. 07:40

'숨은 나'를 찾으러 숨은 암자로 떠나보세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1 2 3 4 5 6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해인사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호쾌한 시야를 품고 있는 백련암.

 

관련기사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지 1,700년이 되어간다. 오랜 시간 우리 산하와 깊은 교감을 나누었던 믿음이다. 우리 산수의 정점엔 꼭 사찰이 들어앉았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려 한국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풍경들이다.

부처님오신날이다. 일년 중 사찰이 가장 붐비는 때이다. 시끌벅적한 대찰 보다는 산 속에 숨은 암자로의 호젓한 나들이를 추천한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꽉 찬 머리를 비우고 삿된 욕망을 버릴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여행이 또 있겠는가.

합천 해인사 백련암

경남 합천 해인사는 고승들의 숨결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밴 16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 중 백련암은 가야산의 여러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암자다. 매화산을 비롯한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시야가 탁 트였다. 백련암은 환적대 절상대 용각대 신선대라 일컫는 기암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고, 그 기암들 사이에 아름다운 노송들이 자라고 있어 가야산 제일의 절승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백련암은 성철 스님이 말년에 머물던 곳이다. 성철에 앞서 일제 강점기에는 시인 서정주, 소설가 김동리가 문학을 공부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접했다. 절집에 높게 드리운 담은 성을 연상케 한다. 속세와 절연한 스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금 백련암은 꽃사태다. 철쭉이 그 높은 담벼락에 꽃칠을 해댔다. 백련암 원통전 앞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서있다. 부처의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불면석이라 부른다.

양산 통도사 극락암

통도사를 지나 북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있다. 차로 가면야 금방 닿지만 통도사를 지나 걸으면 한 시간 가량 걸린다. 1332년 고려 충혜왕 2년에 창건됐다. 주법당인 극락암을 비롯 연수당 정수보각 조사각 수세전 영월루 삼소굴 여시문 등이 있다.

극락암의 여여문과 영축산 정상을 일직선으로 바라보면 암자의 지붕과 대숲, 소나무 군락, 기암 연봉들이 차례로 중첩되면서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완벽한 풍경 한 폭을 펼쳐낸다. 극락암 앞마당에는 극락영지라는 작은 못이 있고 그 못 위로는 구름다리가 놓여있다. 구름다리 위에 있으면 말 그대로 극락 위에 떠있는 느낌이다. 통도팔경 중 하나가 극락영지에 비친 영축산의 모습이라고 한다. 연못 옆 한 그루의 늙은 벚나무도 일품이다.

해남 달마산 도솔암

전남 해남 땅끝엔 땅끝 절 미황사가 있다. 미황사가 깃든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 높이가 489m.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릉들이 쭉 늘어섰다. 그 산 가장 남쪽 끄트머리 암벽 위에 새집처럼 들어앉은 암자가 도솔암이다. 땅끝에서 솟아오른 삐죽한 봉우리에 앉은, 하늘 귀퉁이에 붙은 암자다. 도솔암에서는 해남 아래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은 땅끝이고 오른쪽으로는 진도 왼쪽은 완도다.

미황사 등에서 올라 달마산 산행을 통해 도솔암에 이를 수 있지만 차로도 가까이 갈 수 있다. 송지면 마봉리에서 도솔암 이정표를 따라 임도길로 오른다. 길 끝에 주차한 뒤 능선을 타고 30분 가량 더 걸어 오르면 도솔암이다.

청도 운문사 북대암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260여 명의 학인 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 속세로 따지면 여승들만을 위한 여자대학인 셈이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 한 신승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진평왕 30년(608년) 원광국사에 의해 중창됐다. 운문사는 고려 때 일연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운문사 대웅보전 뒤로 올려다 보이는, 거대한 암벽에 제비집처럼 붙은 암자가 북대암이다. 북대암 마당은 운문사를 가장 잘 내려다 보는 전망대다. 남쪽의 운문산, 북동쪽의 호거산, 서쪽의 억산과 장군봉이 이룬 높고 낮은 겹겹의 높고 깊은 산줄기가 꽃잎처럼 감싸 안은 형국이라서 운문사를 연꽃의 화심(花心)에 비유하곤 한다. 북대암에서 내려다보면 이 화심의 연유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운문사처럼 비구니들만 머물고 있는 북대암엔 요사채와 작은 정원이 딸려 있다. 비탈을 이용해 만든 아기자기한 꽃밭과 잔디밭은 여승들의 작품이다.

문경 대승사 윤필암 묘적암

<삼국유사>가 기록하기를 붉은 천에 싸인 바위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졌고 그 네 면에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 신라 진평왕이 몸소 찾아와 예를 올리고 대승사를 창건했다.

문경 대승사에 딸린 윤필암은 전통 암자라기보다 펜션같이 예쁜, 약간은 현대화한 사찰이다. 관음전 앞마당을 지나 벼랑에 서 있는 사불전에는 불상이 따로 없다. 커다란 유리창을 사불바위 쪽으로 냈다. 창밖 사불바위를 모신 법당이다. 법당 안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면 사불바위를 우러를 수 있다. 사불바위에서 바라보면 윤필암을 감싼 산세가 참으로 아늑하다. 윤필암은 현재 20여명의 여승들이 수도하고 있는 비구니 참선도량이다.

윤필암에서 인근의 묘적암으로 오르는 길도 호젓해 좋다. 주변의 숲은 깊고 나무들은 높다. 가는 길 중간 6m 높이의 거대한 마애불도 만난다. 묘적암은 고려 말의 나옹 선사가 출가한 곳이다. 성철 스님, 서암 스님 등 현대의 고승들도 깨달음을 얻고자 오랜 기간 머물렀던 곳이다.

변산 월명암

내변산 깊숙한 산속에 들어앉은 월명암은 692년(신라 신문왕 12년)에 창건됐다는 고찰이다. 얼마 전까지 당우 하나만 있던 소박한 절집이었는데 불사를 통해 여러 전각이 들어서 제법 규모가 커졌다. 이 암자는 신라 때 고승인 부설거사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부설거사는 647년 서라벌에서 태어나 원효 의상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가 전국 명산 대천을 순례하다가 김제의 만경뜰에 도착했을 때다. 신심이 깊은 불교 집안의 한 처자가 스님을 연모했다. 처자는 스님을 붙잡고 부부의 연을 맺기를 간청했다. 처자는 죽기를 각오한 채 매달렸고 부모도 읍소했다. 부설은 처자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선택했고 환속해 아들과 딸을 낳고 10년을 속세에서 살았다. 어느 날 부설은 이제 수도를 해야겠다며 가족과 작별을 고했고 지금의 월명암 터에 암자를 짓고 일념정진에 매달렸다.

Q 삼보사찰은? A '승보' 송광사·'법보' 해인사·'불보' 통도사


불일암을 품고 있는 송광사는 우리 사찰을 대표하는 삼보사찰중 하나라고 한다. 삼보란 불교에서 귀하게 여기는 보물이자 가장 근본이 되는 믿음의 대상이다. 중생을 인도하는 석가모니가 불보(佛寶)이고, 부처가 깨달은 진리를 설명한 불법이 법보(法寶)이고, 부처의 뜻을 배우고 수행하는 스님들이 승보(僧寶)다.

송광사는 지눌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고찰로 한국 전통 불교의 승맥을 이어왔기에 승보사찰로 불리었다.

법보사찰은 팔만대장경을 지니고 있는 경남 합천 가야산의 해인사다. 뾰족한 기암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가야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해인사는 조선 태조 7년에 팔만대장경을 품는다. 고려 때 이름 모를 판각공들이 한 획 한 획 새겨 넣은 평화의 기원장이다. 불법의 정수가 새겨진 대장경이 강화도에서 새로운 자리인 해인사로 옮겨진 것이다. 이때부터 해인사는 법보사찰이란 명성을 얻는다.

나머지 불보사찰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의 통도사다. 56동 580여 칸에 달하는 본사와 19개의 암자를 거느린 한국 최대 규모의 절이다. 이 절의 이름은 '통만법 도중생(通萬法 度衆生)'에서 나왔다. 모든 진리에 통달해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다.

통도사 대웅전은 국보 290호다. 통도사 대웅전엔 불상이 없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이기에 부처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다. 통도사 대웅전의 특이한 점은 사방에 서로 다른 이름의 편액이 걸려있다. 동으로는 대웅전, 서로는 대방광전, 남으로는 금강계단, 북으로는 적멸보궁이라 써있다.

통도사는 또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적멸보궁은 열반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들이다. 적멸보궁의 적멸(寂滅)이란 열반(涅槃ㆍnirvana)을 뜻하는 말이다. 통도사 외에 강원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 평창의 오대산 상원사, 영월의 사자산 법흥사, 인제의 설악산 봉정암 등이 적멸보궁이다. 이들 사찰의 불단에도 불상이 없다. 대신 불단엔 빈 방석만 놓여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를 직접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불단의 빈 공간에서 부처의 뜻을 스스로 헤아리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