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담양관련 소식

101206 대나무숲이 부둥켜 운다 - 담양 습지 태목리 숲

청이당 2010. 12. 6. 10:05

대나무 숲이 부둥켜 운다
담양 태목리 대숲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0-12-03 07:00:00
▲ 담양 대전면 태목리 대숲 군락지는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바람이 불어온다. 스산한 겨울 바람이 불어온다. 불온한 바람이다. 낮게 웅크려 있다 지상의 모든 것들을 건들며 한 곳으로 몰려간다.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바람일까. 바람의 방향이 궁금해 대숲으로 간다. 바람과 함께 일렁이고 춤추는 울울창창한 대숲.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시퍼런 대숲. 햇살을 머금어 어느 순간 순해진 대숲. 웅크리고 있는 대숲.

 울울창창한 대숲

 지척이다. 담양 대전면 태목리에 대숲 군락지가 있다. 대숲 군락지 앞으로 영산강이 흐른다. 하천습지로는 전국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인 담양습지다. 2006년 2월 문화재청은 태목리 대숲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대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영산강 하천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매·황조롱이·큰오색딱다구리·검은딱새 등 조류 58종, 두더지·등줄쥐·멧밭쥐 등 포유류 7종, 다묵장어·돌마자 등 어류 48종, 줄·달뿌리풀 등 희귀식물의 서식처로 다양한 습지 식생을 보여주고 있어 학술적·생태학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다.

 멀리서도 푸른 덩어리들이 보인다. 냇둑을 따라 모여 있다. 울창한 대숲의 안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숲은 무엇을 품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접근할 수 조차 없이 빽빽한 대숲 안 쪽, 사람을 피해 들어간 작고 약한 것들이 모여있을 것이다.

 태목리 대나무 군락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인근 마을 태목리 사람들이 심고 가꿔온 숲이다.

 “다 마을 사람들이 심은거라. 둑 안쪽으로 전부 개인들 밭이었제. 그 때는 둑을 안막아 노니까 큰 물이 져. 벌어묵들 못헌디. 그래서 대나무를 장려했지. 김병관이란 양반이 제일 먼저 대나무를 심었어. 그 뒤로 하나 둘 대나무를 심기시작했고. 대나무가 잘 뻗어나가. 생금밭이라고 안한가. 그 때는 대 한마지기가 논 열마지기보다 나았제.”

 마을 이장 김필환 씨의 이야기다. 지금 대나무로 생계를 잇는 사람은 마을에 두 사람 남았다. 이제는 딸기가 태목리의 주요 농작물이다.

 강가에 둑이 생기며 홍수 걱정이 없어졌다. 대 시세가 없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은 대밭을 다시 밭과 논으로 바꾸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태목리 대나무 군락은 김병관 씨가 심은 것으로 둑 안쪽에 자리하면서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대나무 숲을 양쪽으로 거느리며 둑길을 걸어본다. 바람이 불 때 마다 대숲이 서로의 몸을 부딪혀 쏴아~소리를 만든다.

 습지보호구역인 담양습지

 대나무 숲을 따라 영산강 물줄기도 흐른다. 습지다. 괏괏 거리는 새 울음 소리 들린다. 여기 저기 새들이 모여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직선의 고속도로가 풍경을 분할한다. 육중한 구조물이 강 한가운데 놓였다. 강 저편 포크레인 한 대가 파열음을 낸다. ‘영산강 살리기 제8공구’라는 팻말이 보인다. 살리는 것인지 죽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영산강 8공구의 개발 사업 구간(23.07㎞)에 담양습지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대나무 군락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습지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들도 생태환경의 변화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한 쪽에선 공사판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현실. 조만간 대나무 군락과 담양습지의 풍광도 변할지 모르겠다. 대나무 군락과 담양습지를 터전 삼아 살고 있는 황조롱이, 쇠백로,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황로, 매와 삵, 맹꽁이들도 위기에 처했다.

 대숲이 건네는 말

 다시 바람이 분다. 대숲이 부둥켜 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둥켜 운다. 아니다. 대숲을 바라보는 자가 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해괴한 일들을 눈 앞에 두고 운다. 황조롱이도 울고, 쇠백로도 울고, 매도 울고 삵도 운다.

 바람이 분다. 일렁인다. 한꺼번에 일렁인다. 서로 부둥켜 안고 춤을 춘다. 스러지지 않는다. 아니다. 대숲은 말한다. 대숲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일렁이라 한다. 혼자서 말고 한꺼번에 일렁이라고 한다. 서로 부둥켜 안고 춤을 추라 말한다. 울울창창한 대숲 앞으로 영산강 물줄기가 조용히 흘러간다.

 글=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대나무들은 태목리 마을 주민들이 심고 가꿨다.
 ▲태목리는 영산강 8공구 개발사업구간이다. 보호종들의 미래가 어둡다.
 ▲하천습지로는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담양습지.